지난 3월 1일은 92주년을 맞은 3.1절이었습니다. 일본의 무단통치에 맞서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 온 국민이 궐기하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그 독립운동의 가장 최전선에 이제 겨우 30년 역사의 개신교회가 서있었습니다.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민족지도자 33인 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만세운동의 거점이 되었고, 그 결과 12곳이나 파괴되었습니다. 유관순열사를 비롯한 많은 교인들이 살해당하거나 체포 구금되어 옥사하였습니다.

나는 작년에 경기도 화성군 발안에 위치한 제암리교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919년 4월 5일 발안장터에서 이 교회의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만세운동이 일어났고 일본경찰은 이를 무참하게 진압했습니다. 이날 이후 청년들이 밤마다 뒷산에 올라 봉화를 올림으로써 만세운동은 계속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15일 아리타 중위가 군경들을 이끌고 도착하여, 만세운동 진압과정에서 너무 심하게 대응한 것을 사과하겠다며 15세 이상 남자들은 교회로 모이도록 했습니다. 약 30명의 교인들이 모이자 군경들은 밖으로 나가 교회 출입문과 창문을 모두 잠그고 집중사격을 한 뒤 불을 질렀습니다. 결국 안에 있던 교인들 모두와 밖에서 이것을 만류하던 부인들도 희생되었으며, 마을의 32가구도 소화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제의 만행에 선교사들은 분노하였고, 특별히 스코필드는 현장으로 달려가 그 생생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수원에서의 잔학행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미국에 보내어 여론화하였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도 복음주의자 사이토목사가 복음신보 1919년 5월 22일자에서 이런 시로 조선총독부를 규탄하고 조선인 희생자를 위로했습니다. ‘돌연 총소리 한 발, 두 발…/ 회당은 잠시 후 잿더미로 변한 곳 (중략) 타는 불꽃은 창밖으로 새 나오니/ 관헌의 독수에 타버린 망국 백성을/ 서양 사교를 믿는 자로 매도하니/ 소름끼치고 떨려/ 죽은 시체는 타지도 않네.’ 

이처럼 개신교회는 3.1운동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고 일본의 집중적인 미움과 경계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만큼 국민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당시 교인은 전 국민의 1%에 불과했지만, 교회는 사회보다 한걸음 앞 선 문화와 품위를 갖고 있었고,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남달랐습니다.

 

그러나 3.1운동에서 실패한 이후 한국교회는 급격히 내면화, 내세화의 길을 걸으면서 점차로 사회문제에 냉담하고 무관심해진 채 일종의 게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90년의 세월 속에서 많은 부흥을 이루고 성장을 거듭하여 지금은 전 국민의 20%가 넘은 교세를 갖고 있지만, 오히려 사회에서 외톨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권위주의가 무너지고 민주화, 세계화로 급속도로 변화하며 인터넷혁명으로 활짝 열려진 한국 사회 속에서, 자기 성장에 만족하며 안주하던 교회는 당황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이미 21세기에 들어서있는데, 교회는 아직 20세기 중반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오랜 전통과 관행 속에서 당연시 해오던 교회의 행태나 시스템 중 많은 것들이, 사회의 안목에는 구시대적인 모순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교회가, 도리어 사회의 윤리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변해야 합니다. ‘ecclesia reformata et semper reformanda’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라는 존 칼빈의 말처럼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하는 공동체입니다. 전통사수에 매달리거나 지금의 편안함에 안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합니까? 무엇보다도 투명성과 책임성입니다. 교회는 투명해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 개개인의 의식뿐 아니라, 교회의 제도와 시스템 역시 더욱 더 투명해져야 합니다. 아울러 교회는 사회와 역사를 보다 의식하면서 이 사회에 더욱 더 책임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사실 보다 더 성경 가르침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개혁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성경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특별히 이 부산땅에 이러한 의식있는 교회들이 더욱 더 많이 세워져 가고 특별히 부산중앙교회가 이런 모든 것에서 앞서나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